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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그들은 여전히 치과가 두렵다

작성자정보통신위원회 등록일2021-05-04 조회3904

청각장애인, 그들은 여전히 치과가 두렵다

청각장애인 80%, 구강검진도 받기 힘든 상태

필담은 전달력 부족, 진단 모른 채 치료받기도

박우성 원장 청각장애인 위해 수어 진료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

천민제 기자 mjreport@dailydental.co.kr등록 2021.04.16 08:46:05


수어로 진료 중인 박우성 원장과 여경미 씨.<천민제 기자>
▲ 수어로 진료 중인 박우성 원장과 여경미 씨.<천민제 기자>

 

“치과요? 혼자서는 꿈도 못 꾸죠.”


여경미(55) 씨는 농인(청각장애인)이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그에게 치과 내원은 여전히 두려운 일이다. 청인(비장애인) 가족이나 수어(수화)통역사의 동행 없이는 아무리 치아가 아파도 선뜻 치과를 찾기 힘들다.


여 씨는 “농인이 혼자 치과를 방문하면 필담으로 진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문자로 나눌 수 있는 의사소통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진단결과나 치료과정을 전혀 모른 채 치과의사에게 몸을 맡기는 농인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 장애통계연보’(이하 연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청각장애인 등록인수는 37만7094명에 달한다.


장애인 구성비 증가율과 수도 장애유형 중 가장 높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간한 ‘장애인 환자 치과진료 표준진료지침 개발 연구’(금기연 외)는 2017년~2019년 청각장애인의 구성비 증가율이 11.9%에서 14.4%로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때 상승한 청각장애인 수는 7만5091명이다. 이처럼 많은 농인이 우리 사회에 더불어 살지만, 그들은 치과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다고 느낀다.

 

 

# 구강검진수진률, 지체장애인보다 낮아
이 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치과 내 수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치과의사가 있다. 바로 박우성 원장(대구수성치과)이다.


박 원장이 수어 공부에 뛰어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이다. 당시 한 농인이 우연히 치과를 방문했는데, 진료에 많은 곤란을 겪었다는 것. 그 순간 박 원장은 치과의사로서 ‘어떤 환자가 찾아와도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이후 박 원장은 여러 전문기관의 교육을 수료한 뒤 적극적으로 농인을 대상으로 한 진료를 펼치기 시작했다.


현재 박 원장의 치과 홈페이지에는 ‘농인도 상담과 진료가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항시 게시돼 있다. 이러한 박 원장의 노력은 농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지금도 매달 4~5명의 농인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내원해 진료를 받고 있다.


물론 박 원장의 수어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특히 많은 농인이 표준인 문법수어보다 관용적 표현이 섞인 자연수어를 사용하기에 지금도 의사전달에 곤란을 겪을 때가 많다. 하지만 박 원장의 서툰 수어에도 농인 환자들은 다른 치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신뢰와 안정감을 느낀다. 그만큼 농인에게 치과 내 수어진료는 절실하다는 것이다.


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청각장애인의 구강검진수진률은 20.4%에 불과하다. 이는 자폐성장애인(35.5%)이나 지체장애인(24.3%)보다 낮은 비율이다. 이는 많은 농인이 치과 방문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방증이다.

 

박우성 원장은 수어를 ‘사랑의 언어’라고 표현한다. 농인에게 수어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기 때문이다. 사진 속 수어의 뜻은 ‘I Love You’다.&lt;천민제 기자&gt;
▲ 박우성 원장은 수어를 ‘사랑의 언어’라고 표현한다. 농인에게 수어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기 때문이다. 사진 속 수어의 뜻은 ‘I Love You’다.<천민제 기자>


# 청각장애인 위한 기본 에티켓 익혀야
“수어도 국가마다 체계가 다르지만 단 하나, 전 세계 공통의 수어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러브유(I Love You)입니다.”


박 원장은 수어를 ‘사랑의 언어’라고 표현한다. 농인에게 수어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비록 치과에서 수어를 익히는 것이 어렵더라도 청각장애인 환자를 위한 기본적인 에티켓은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농인 앞에서 귓속말을 한다든지, 듣지 못한다는 생각에 함부로 존칭을 생략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그렇다면 농인을 배려하는 치과 에티켓은 무엇일까. 박 원장은 농인 환자가 치과를 방문했을 때 비장애인 환자를 대하는 것보다 더욱더 올바른 표정과 태도를 가지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농인은 청각 대신 시각에 따른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데, 잘못된 표정이나 행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필담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명확한 몸동작을 곁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박 원장은 ‘환자와 시선을 맞출 것’, ‘가능한 입 모양은 또렷이 할 것’, ‘모든 의사전달 전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집중을 끌어낼 것’ 등 농인 진료 노하우를 귀띔했다.


특히 박 원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치과 내 수어 보급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전했다.


이유는 바로 진료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때문이다.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이나 구화(독순술)가 의사소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농인에게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는 마스크 착용은 소통의 단절을 뜻한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치과 내 수어는 아주 작은 사랑의 실천”이라며 “첨단장비의 발달로 농인과 청인의 소통이 다소 개선됐지만 수어만큼 정확한 수단은 없다. 치과의사가 농인에게 관심을 두고 조금씩이라도 수어를 익혀주시면 바랄 게 없다”고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기사 원문 : http://www.dailydental.co.kr/news/article.html?no=11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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